핀테크(FinTech): 거대한 디지털 격변의 현장

빅데이터와 사회, 6강

강정수 · 901일전

창조적 독점을 가능케 하는 기술혁신

2014년 상반기 네이버의 검색서비스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구글은 유럽 국가 검색시장에서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시장을 천하통일했다. 경쟁자는 있어도 네이버·구글·다음카카오는 전통적인 시장점유율 시각에서 볼 때 특정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나쁜 상황일까. 규제 당국이 앞장서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고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적절할까. 막대한 연구 예산을 들여 서비스를 개선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더욱 늘어날 것을 염려해 해당 기업이 기술투자를 주저한다면 어떨까.

페이팔(PayPal) 공동 창업자이며 페이스북에 2004년 초기 투자로 유명한 피터 틸(Peter Thiel)은 정치인과 기업인이 독점에 대한 과거 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경우 미래가 망가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는 최근 출판된 '0에서 1로(Zero to One)'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학자의 동의를 받아왔고 사회적 합의로 여겨졌던 ‘독점은 시장경제에 해롭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틸은 명쾌한 논리와 다양한 사례를 들어 ‘경쟁이 사회 및 경제 발전의 자양분이다’는 주장은 하나의 도그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시장을 혁신하기보다는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경쟁자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려는 기업 정책은 디지털 시장에서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애플과 삼성전자, 이 두 기업은 아이폰 5와 6 또는 갤럭시 4와 5 등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경쟁 구도와 점진적인 개선이라는 ‘경쟁 함정’에 빠져있다.

급진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구현해 기존 경쟁자를 따돌려 새로운 시장을 열어내는 기업은 때론 '독점 기업'으로 시장에 군림한다. 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때 시장은 기업 수가 0인 상황에서 기업 수가 1인 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독점'은 디지털 경제의 진화를 상징한다.

그렇다고 독점에 기초한 시장지배력 확대와 남용을 마냥 긍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교란하는 기업 행위는 변함없는 감시 대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틸의 주장은 정치인 또는 규제 당국보다 기업가, 개발자에게 맞춰져 있다. 틸은 최소한 시장 경쟁자보다 10배 이상의 혁신을 가능케 하는 기술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라고 주문한다. 그 결과 해당 기업이 새롭게 열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다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기존 기술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나 현재 수준의 복지를 ‘최적화’하는 시도는 충분하지 않다. ‘창조적 독점’으로 유토피아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디지털 경제는, 경쟁자를 분석하고 경쟁에서 차별점을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라는 고민보다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기술 혁신에 집중하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창조적 독점에 대한 틸의 옹호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습처럼 여겨왔던 '경쟁은 선이고 독점은 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로는 시기적절하다.

스마트폰의 확산은 은행 및 신용카드 등 금융시장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를 이끄는 대표적 기술 기업을 핀테크(FinTech)라 부른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라는 두 단어를 결합한 합성어다. 아래에서는 소비자 유익을 앞도적으로 높이려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살펴보고, 금융시장의 재편 가능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1. 80-90년대 패러다임에 빠져 있는 해외 송금 시장

버진 항공과 버진 모바일 등 버진 그룹(Virgin Group) 창업자 리처드 브랜스(Richard Branson) 그리고 피터 틸 등이 2014년 6월 2,500만 달러를 투자한 기업이 있다. 해외 송금에 P2P 방식을 도입함을 통해 송금 수수료를 내려 소비자에게 실질적 이익을 선사하고 있는 트랜스퍼 와이즈TransferWise라는 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해외에 있는 지인에게 돈을 송금할 때 또는 한국보다 저렴한 제품에 대한 직구를 시도할 때 적지 않은 경우 '송금 수수료' 또는 '해외 결제 수수료'가 발생한다. 적지 않은 수의 이용자는 송금 또는 해외 결제 때 환율은 고려하지만, 수수료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는 해외 송금 및 해외 결제에서 쉽게 돈을 벌고 있다.

트랜스퍼 와이즈는 최대 0.5% 수수료와 이용자 관점에서 최적의 환율 선택을 제공한다. 송금 또는 해외 결제 금액이 커지면 커질 수록 수수료가 높아지는 관행도 트랜스퍼 와이즈에는 없다. P2P 방식에 기초한 송금 서비스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이용자 중심의 송금 서비스가 가능하다.

image 트랜스퍼와이즈

아직 한국 원화는 유감스럽게도 트랜스퍼 와이즈의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유로와 미국 달러의 예를 통해 해외 송금이 어떻게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가능한지 살펴보자.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용자 A는 미국에 살고 있는 이용자 B에게 1,000유로를 송금한다. 이 때 런던에 위치한 트랜스퍼 와이즈는 마침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용자 C가 1,270달러를 프랑스에 있는 이용자 D에게 송금하는 주문을 신청했음을 알고 있다. 이용자 B는 이용자 C에게서 미국 달러를 받고, 이용자 A는 이용자 D에게 유로화를 지불하면 4명의 거래는 성사된다. 여기서 '실제' 해외 송금을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트랜스퍼 와이즈는 해외 송금 수수료를 이용자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트랜스퍼 와이즈가 구현하려고 하는 서비스는 '네트워크 기반 송금 시스템'이다. 네트워크의 노드(node)를 구성하고 있는 이용자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과 노드를 연결하는 간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제가 트랜스퍼 와이즈에게 속한다. 한편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규모가 이른바 임계점(critical mass)이라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송금을 원하는 이용자가 충분히 존재히야 하며, 유럽 각국에도 마찬가지다. 개별 국가에 네트워크 노드가 충분히 존재할 때면 P2P 방식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실제' 해외 송금이 필요없게 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트랜스퍼 와이즈를 통해 이체된 액수는 약 3억 유로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트랜스퍼 와이즈는 10억2천5백만 유로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트랜스퍼 와이즈가 훌륭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용자가 증가하면 할 수록, '실제' 송금이 아닌 '가상' 송금 규모와 빈도수가 증가할 것이고, 이는 송금 수수료 또는 해외 결제 수수료를 감소시킨다. 트랜스퍼 와이즈의 성장과 이용자 규모의 확대가 서로에게 유익하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경제다.

트랜스퍼 와이즈 또는 비트코인(Bitcoin) 등 네트워크 송금 시스템이 확대되면 될 수록 전통적인 은행 사이의 국제 송금거래시장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 창조적 독점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2. 연간 480억 달러 규모의 신용카드 수수료 시장

매년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은행 또는 신용카드 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500억 달러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을 비롯 구글, 페이스북, 애플,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대형 기업들이 달려들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거래가 발생하면, 거래액의 1.5%에서 2.7%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가맹점으로부터 카드사가 받아간다. 여기에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하는 물리적 네트워크 망을 운영하며 카드결제 승인을 중개하고 카드전표를 대행하는 밴(VAN: Value-Added Network)이 존재한다. 밴은 신용카드 거래마다 평균 100원의 거래 수수료, 유럽의 경우 10센트에서 30센트의 거래 수수료를 가맹점 또는 카드사에서 받아간다. 그 만큼 가맹점의 비용은 증가하고 마진율은 떨어진다. 온라인 쇼핑물의 경우 현금 결제 가능성이 전무하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 신용카드 거래 수수료는 피할 수 없는 비용요소다. 가맹점의 비용요소를 줄이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기업에게 거대하고 새로운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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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4분기 동안 비자(Visa)를 통한 신용 거래량은 1조1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13%가 성장한 규모다. 2014년 1/4분기의 경우, 비자(Visa)는 32억 달러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으며, 그 중 순이익은 14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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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타카드(MasterCard)는 2014년 1/4분기에 21억3천만 달러의 매출과 6억2,300만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신용카드 가맹점은 이들 두 기업에게 2013년 200억 달러를 거래 수수료로 지불했다. 수수료는 가맹점의 이익을 감소시킨다. 가맹점의 이익 감소를 줄이는 새로운 거래기술이 시장에 출연한다면 이를 거부할 가맹점은 없다. 2013년 약 480억 달러. 전체 신용카드 기업이 가맹점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거둬간 돈이다. 바로 이처럼 거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시장이 비트코인을 비롯 전 세계 핀텐크 기업이 노리고 있는 시장이다. 더욱이 전 세계 거래에서 아직까지 현금 및 수표 거래가 85%에 이르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신용카드 거래 수수료 시장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다. 480억 달러는 2013년 아마존이 기록한 이익의 약 200배 규모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 기업들의 무능을 비판해야하는 수준이다. 신용카드 거래 수수료 시장은 혁신을 거칠게 유횩하고 있다.

잃어버린 480억 달러를 되찾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 째, 복수의 중개자를 가진 전통 지불체계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 대표주자다. 둘 째, 이른바 가맹점과 금융권이 수수료 체계에 대해 재협상을 진행하거나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새로운 금융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비트코인을 비롯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대형 기업들은 전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전통 금융권에 후자를 강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비트코인을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 웹서비스,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등이 수용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잃어버린 480억 달러'로 표현할 수 있는 거래 수수료다. 새로운 화폐체계에 대한 열린 자세가 이들을 비트코인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이윤율 향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비트코인 확산의 배경이다. 프로토콜 화폐인 비트코인을 전 세계 임의 지역에서 다른 임의 지역으로 송금하여도 의미있는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거래 수수료는 신용카드 수수료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비트코인 서비스 기업은 상거래를 통해 얻은 비트코인을 바로 달러로 교환해 준다. 거래량 1백만 달러까지 교환 수수료는 없다. 그 이상을 넘으면 1%의 수수료가 부가된다. 특히 소액결제 경우에 발생하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비트코인에는 없다. 대학교 아메리카노 1,200원, 떡복이 1인분 1,500원을 신용카드로 지불할 때에 거래 수수료는 상인의 몫이다. 한편 유럽 여행에서 1유로 콜라에 신용카드를 제시할 수 없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불가능한 신용카드 소액결제를 한국사회는 탈세방지를 핑계로 상인에게 강제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갈등은 사라진다. 파리에서, 베를린에서 1유로 콜라를, 부산에서 1천원 붕어빵을 수수료 부담없이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는 경제 시스템. 이용자와 상인에게 유익이다.

비트코인이라는 인터넷 프로토콜 화폐의 지속가능성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금융권의 개입없이도 안전한 (경제)가치 전달을 가능케 하고, 이용자와 화폐 사용처를 네트워크 노드로 인식하며, 지능적인 구조를 가진 금융 프로토콜에 대한 비전은 비트코인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이제 사라질 수 없다. 지불 안전성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신용카드에 뒤쳐지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바람직한 (미래)화폐의 구체적인 상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상거래 주체가 자신들의 이윤이 축소되지 않는 지불수단을 강략하게 희망하고 있음을 비트코인은 확인시켰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image 아마존 코인즈

아마존은 페이팔(PayPal)에 대항해서 P2P 방식의 지불체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킨들 파이어(Kindle Fire)용 내부 지불수단인 아마존 코인즈(Amazon coins)를 통해 중간단계 중개자를 최소화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40달러 아마존 코인즈를 구매하여 여러 차례 나누어 아마존 코인즈를 사용하여도 중간단계 중개자가 없기 때문에 아마존에게는 매번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는 일은 없다.

image 애플 페이, 성공할 수 있을까?

3. 애플 페이 vs. 커런트 씨(CurrentC)

애플 페이(Apple Pay)는 기술 측면에서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 째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의 대중화 가능성이다. 삼성 갤럭시가 NFC를 장착하고 있으나 그 사용범위는 갤럴시 소유자에게 제한되고 있다. 작지 않은 수의 미국 스타트업이 NFC 스티커를 오프라인 매장-이른바 "Point of Sale"-에 배포하였으나 NFC의 대중화는 멀게만 느껴졌다. 애플 페이는 마스타카드, 비지카드 등 대형 신용카드사, 씨티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상업 은행을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맥도널드, 토이저러스 등 대형 소비재 체인점을 애플 페이 지불 가능한 곳으로 포함시켰다. 또한 한국을 비롯 미국의 신용카드 단말기는 '마그네틱 단말기'에서 'IC칩 단말기'로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애플 페이의 도입 시기가 절묘하다. 이 교체 과정에서 애플 페이 지불이 가능한 단말기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신용카드 가맹점의 저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장점은 '지불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IC칩 단말기는 마그네틱 단말기에 비해 보안성이 높은 대신, 지불시간(transaction time)이 상대적으로 길다. 만약 계산대 앞에서 지불을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는 등 소비자 불만이 높아진다면 애플 페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 수용 조건이 형성된다. 애플 페이의 두 번째 기술적 특징이 지불시간을 단축시키고 동시에 지불 보안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애플 페이는 두 개의 보안 기술을 통합시키고 있다. 지불은 아이폰의 지문인식(Touch ID)을 통해 이뤄진다. 신용카드 정보가 암호화되어 아이폰에 저장되어 있어, 소비자가 아이폰을 꺼내 지문인식을 하면 지불절차는 끝난다. 매우 간편하다. 더욱 안전한 점은 신용카드 정보가 카드 단말기에 전달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숫자로만 구성된 '토큰(token)'이 단말기에 전달될 뿐이다. 신용카드 단말기를 가진 업체에서는 신용카드 소지자의 이름, 신용카드 번호 등을 알 수 없으며, 영수증에 신용카드 번호가 인쇄되는 뭔가 찝찝한 일은 사라진다. 토큰이 지문인식과 연결된 두 번째 보안 절차다.

image 애플 페이로 지불 가능한 매장

그러나 이용자 편이성과 보안 기술이 애플 페이의 성공을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애플 또한 '잃어버린 480억 달러'에 대한 답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를 위해 '애플의 수수료 이익'을 포기하는 전략을 선택한 듯하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대형 신용카드사 및 은행과 협상을 통해 애플 몫의 수수료를 챙긴 듯 하다. 소비자가 애플 페이로 지불할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에는 예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애플 페이는 근본적으로 신용카드의 지불 편이성과 보안성을 높인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맹점 입장에서 애플 페이를 환영할 이유가 없다. 결국 애플 몫의 수수료를 가맹점에 이전시켜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애플이 신용카드 가맹점과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부담 감소를 약속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시장접근이다. 애플 몫의 수수료를 모두 가맹점에 이전시켜도 애플은 아이폰 및 아이 워치에 대한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노릴 수 있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한편 애플 페이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세력이 있다. 바로 커런트 씨(Current C)다. 커런트 씨는 미국 월마트(Wal-Mart)와  베스트 바이(Best Buy)가 주도하는 모바일 통화 및 지불 서비스다. 여기에 참여하는 업체는 다음과 같다.

  • Wal-Mart, BestBuy, Gap, Old Navy, 7-Eleven, Kohls, Lowes, Dunkin’ Donuts, Sam’s Club, Sears, Kmart, Bed, Bath & Beyond, Banana Republic, Stop & Shop, Wendy’s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들 커런트 씨 연합은 애플 페이를 거부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모바일 지불수단인 커런트 씨의 특징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커런트 씨는 일종의 모바일 상품권 또는 모바일 직불카드의 발전된 형태다. 더 쉽게 표현하면 월마트 상품권을 스마트폰에 담아 주요소, 편의점, 도넛 가게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커런트 씨에는 '은행' 및 '신용카드사'가 중간에 개입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수료가 없거나 매우 낮다. 가맹점 입장에서 볼 때 '잃어버린 480억 달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이용자다. 이용자가 현금, 신용카드, 애플 페이를 버리고 커런트 씨를 이용할 이유는 무엇일까? 월마트, 베스트 바이 등 커런트 씨를 운영하는 주체는 '보너스 혜택' 등을 통해 이용자를 유혹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측면에서 볼 때 커런트 씨의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애플 페이, 커런트 씨 그리고 앞서 살펴본 비트코인, 아마존 코인즈 등의 존재 자체는 가맹점의 협상력을 높여 신용카드사에 대한 수수료 인하 압력을 커질 수 있다. 인하 압력이 증가하다 보면 신용카드사의 수익률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애플 및 아마존은 지불체계를 통한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자사 서비스의 잠금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이들 IT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4. 구글 은행의 출현

상업 은행시장에서 전통적인 포멧이 사라지고 있다. 지폐의 사용율이 급감하고 있으며, (자기앞)수표 또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은행통장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이용자를 만나기 어렵다.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으로 복수의 계좌 정보 흐름을 타임라인으로 제공하고 계좌 이체를 보다 쉽게 만든 서비스들이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의 민트(Mint), 독일의 아웃뱅크(Outbank), 스위스의 넘버스(Numbrs) 등이 대표주자다.

미디어 소비에서도 다른 소비경험을 가진 세대를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라 부른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나 현재 만 18세에서 34세인 이들은 은행 및 신용거래와 관련해서 이전 세대와 다른 경험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2014년 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미국 밀리니얼 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2014년 상반기에 진행된 조사에서 미국 젊은이들은 '디지털 뱅킹'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행위로 "계좌 정보 흐름 확인(84%)"을 꼽고 있다. 구매 지불(57%), 계좌 이체(56%)가 큰 차이를 보이며 그 뒤를 잇고 있다.

image 미국 밀리니얼 세대에게 디지털 뱅킹과 연관된 행위

특정 계좌 뿐 아니라 모든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고 미래 지출을 쉽게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서비스를 젊은 세대는 선호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그리고 보다 최근에 세상에 태어난 이들에게 은행은 더 이상 '돼지 저금통'을 나눠주는 곳이 아니다. 에어콘으로 쾌적한 실내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잡지를 볼 수 있는 여름철 피서지가 아니다. 웹 브라우조 초기 모델인 모자이크(Mosaic)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 개발에 참여하였고,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에어비앤비에 투자한 VC '앤드리슨 호로비츠'를 이끌고 있는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ssen)2014년 10월 초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은행 및 금융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금융)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다. 금융 거래는 단지 숫자들에 불과하다, 금융 거래는 단지 정보다. 단지 온라인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10만 명의 사람과 뉴욕 맨해튼의 값비싼 빌딩과 1970년식 (IBM) 메인프레임 (대형) 컴퓨터로 가득찬 데이터 센터는 필요하지 않다.
“We have a chance to rebuild the system. Financial transactions are just numbers; it’s just information. You shouldn’t need 100,000 people and prime Manhattan real estate and giant data centers full of mainframe computers from the 1970s to give you the ability to do an online payment."

은행과 금융시장은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고 있으며,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는 유감스럽게도 구글이다. 그 형태는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모습을 띄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구글이 2007년 영국 금융감독위원회(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로부터 "Google Payments LTD"라는 이름으로 은행 사업권을 따냈으나, 구글이 은행들과 은행감독기관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통적인 은행 사업이 뛰어들 가능성은 없다. 이와 유사한 의견을 보이고 있는 포레스터(Forrester)의 연구 보고서는, 애플, 아마존, 스포티파이가 전통 음악시장을 파괴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처럼, 구글 또한 전통 은행시장 또는 전통 금융시장을 그 근본부터 새롭게 재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은행 및 금융 산업은 더욱 더 많은 정보를 다루고 있으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른바 소비자 행동(Customer Experience)을 분석하고 소비자 행동과 금융 거래의 다양한 상관 관계를 분석하는 능력에 있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을 앞설 수 있는 (금융)기업은 없다. 이들 기업이 데이터 분석기술과 예측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은행 및 금융 서비스를 시작할 때가 얼마남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전 세계 흩어진 다양한 대부기관과 이용자의 대출 수요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할 날도 머지않다. 이들 기업 중 가장 앞선 기업이 구글임을 부정할 수 없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구글은 새로운 개념의 은행 및 금융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구체적인 모습이 어떠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5. 알고리즘 금융 서비스의 성장

다섯 번째로 살펴볼 핀테크(FinTech) 영역은 데이터 분석과 예측에 집중한 알고리즘 기반 금융 서비스다. 과거 및 현재 데이터에 기초해서 알고리즘 스스로가 주식 상거래를 진행하는 이른바 알고리즘 거래(algorithmic trading)가 북미 및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알고리즘 거래란 주식시장, 특히 파생상품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과 투자자의 위험선호도 그리고 거래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주문이 집행되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특히 알고리즘 거래의 한 형태인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는, 아주 짧은 기간에 대단히 높은 빈도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 매매를 자동으로 일으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고빈도매매가 한국 주식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 캐나다 등에서는 그 비중이 전체 주식거래 및 선물거래에서 작게는 40% 많게는 70%에 이른다.

image 보증제도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해외에선 데이터에 기초하여 신용 리스크를 평가한다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채무자의 변제 능력을 점검하여 적정 수준의 대부금액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 금융권의 이른바 신용 리스크(credit risk / creditworthiness) 점검 능력은 바닥 수준이다. 이유는 '(제3자) 보증' 또는 '담보' 때문이다. 반면 보증제도가 사실상 없는 북미 및 유럽 금융권은 신용 리스크 점검 능력 및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전기세를 미납한 경우는 몇 번인지, 월세 연체의 횟수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스마트폰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는지, 혹시 휴가는 정기적으로 즐기는 삶인지 등을 조사하여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신용도를 평가할 데이터가 많고 다양할 수록 신용도 평가의 정확성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기업은 독일의 크레디트테크(KreditTech)다. 이른바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용 리스크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은 크레디트테크에 페이스북 등 SNS 계정 정보와 자신의 스마트폰에 대한 트래킹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는 방법이다. 이를 인식한 듯 크레디트테크는 철저한 개인동의를 전제하며, 신용도 리스크에 활용되는 데이터가 많고 풍부할 수록 대부 이자가 낮아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대출 희망자는 대부자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넘기고 그만큼 이자 할일을 받을 수 있다. 서로의 경제적 유익은 명확하며, 신용 리스크를 수 분 이내에 평가할 수 있는 알고리즘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른바 빅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신용 리스크 평가가 보편성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6. 돈을 이체할 때 은행은 꼭 필요한가?

핀테크의 마지막 영역은 은행 계좌 없이 돈을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카카오톡, 라인 등이 준비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기반 지불 서비스(payment service)는 페이팔(PayPal)의 작동 원리와 유사하다. 이 모든 서비스는 특정 은행 계좌 또는 신용카드 계좌와 연결되어 있다. 다만 카카오톡 또는 라인 이용자 사이에서 터치 한 번 만으로 보다 쉽게 돈을 이체할 수 있다. 또는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카카오톡 또는 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른바 간편 결제 서비스다. 이를 위해 특정 은행 계좌 또는 신용카드 계좌가 필요하다.

만약 어떤 사회에 은행 시스템이 발전하지 않았거나, 개인이 은행 계좌를 가지기 쉽지 않을 경우 그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아프리카 케냐의 이동통신사인 사파리콤(Safaricom)이 영국의 보다폰(Vodafone)과 함께 2007년 도입한 엠-페사(M-Pesa)는 은행 계좌 없는 이용자사이의 이체를 가능케 한다.

image 피처폰으로 쉽게 지불할 수 있는 M-Pesa
(출처: 위키피디아)

엠-페사(M-Pesa)가 없던 시절, 케냐 시민은 미국 은행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의 대리점을 이용해야 돈을 송금할 수 있었다. 문제는 웨스턴 유니온을 통해 돈을 송금하기 위해서는 웨스턴 유니온 이외의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웨스턴 유니온을 제외하면 케냐에 대리점 망을 운영하는 은행은 없다. 따라서 특정 은행 본점에 가서 계좌를 열고 그 계좌를 웨스턴 유니온 계좌와 연결하고 나름 대리점 망을 가지고 있는 웨스턴 유니온을 통해 돈을 송급하고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복작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 개인 계좌를 가질 수 있는 케냐 시민의 수는 매우 작았다. 그러나 케냐 시민 중 작지 않은 비율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지불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엠-페사의 작동 방법은 단순하다. 이용자 A는 은행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사파리콤 대리점을 찾는다. 돈을 내고 '모바일 가상 화폐'를 받는다. 이를 '엠-머니(M-Money)'라 부른다. 엠-머니는 문자메시지와 PIN(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을 동시에 이용해 타인의 휴대폰으로 이체 가능하며, 엠-머니로 위의 그림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지불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사파리콤 대리점을 방문하여 엠-머니를 실제 화폐로 쉽게 교환할 수 있다.

2007년 엠-페사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이용자 규모는 2백만 명을 기록하였고, 6만6천개에 이르는 작은 가게, 주요소, 인터넷 카페 등이 사파리콤의 엠-머니를 취급하는 대리점으로 등록하였다. 케냐 뿐 아니라 탄자니야, 콩고, 모잠비크,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으로 엠-파사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엠-페사는 이집트, 인도, 카타르 등에 도입되고 있다. 농촌에 머물고 있는 가난한 부모님께 송금을 원하는 도시 노동자의 바램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된 엠-파사(M-Pesa)는 은행과 무관하게 지불과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X

한국에도 최근 핀테크(FinTech)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은행권도 최소한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X라는 늪에 빠져있는 은행권에서 핀테크 혁신이 일어나고 확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늪에서 오랜기간 동안 살쪄온 생태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은행권 밖에서 관련 혁신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늪을 지키고 있는 은행권이 관련 법 개정을 가만히 구경하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의 핀테크 바람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