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경제의 규칙을 바꾸다

디지털 경제학 노트(1)

강정수 · 964일전

image 창조경제, 새마을 운동의 디지털 데자뷔

인터넷은 그 어떤 다른 기술혁명보다 경제와 사회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경제의 디지털 전환은 한국 경제에 기회일 수 있고 동시에 위기일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새마을 운동의 디지털 데자뷔다. 그 근거로 아래 두 개의 글을 소개한다.

* 창조경제와 디지털 포석 (강정수)
* 신도시를 닮은 창조경제 (강정수)

창조경제의 예고된 실패는 특정 정부의 성패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비판을 넘어선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아래에서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함께 고민해야할 5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image 디지털 창조적 파괴는 지나치게 파괴적이다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의 진화는 북미와 유럽에서 종종 마차를 대체한 자동차에 비유된다. 대체는 기술 혁명의 속성이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와 공장은 인간 육체 노동 대다수를 대신하고 있다. 생산성 우위를 입증하는 기술은 그 반대의 기술 영역에 속하는 일자리를 파괴하며 동시에 높은 기술력에 기초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창조경제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괴되는 일자리 수보다 새로운 일자리의 그것이 많을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혁명은 일자리의 총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 헝가리 태생의 미국 경제사학자 존 코므로스(John Komlos)는 2014년 "창조적 파괴는 더욱 파괴적이 되어가고 있는가? (Has Creative Destruction become more destructive?)"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글에서 코므로스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쉼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디지털 기술혁명에서는 그 이전의 기술혁명보다 파괴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일자리 총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892년 설립되어 2013년 역사에서 사리진 미국 전통기업 코닥(Kodak)은 대표적인 디지털 전환의 실패 사례다. 코닥의 파산은 145,000명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일자리를 잃은 다수는 이른바 '중산층'에 속했다(참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애플의 직원 수는 약 98,000명이다. SNS에서 모바일 메시징까지 모바일 서비스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고용규모는 약 9,000명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고용없는 경기회복 가능성을 경고하며 2019년까지 실업률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보고서 보기). 디지털 기술혁명의 시대는 이전 경제성장과 달리 일자리 상승을 동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과 일자리 관계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을 소개한다.

* [시사기획 창] 로봇혁명, 미래를 바꾸다

image 인터넷은 낙관주의자의 기대처럼 개방과 평등의 공간이 아니다

1999년 클루트레인 선언(Cluetrain Manifesto)이 탄생했다. 1999년, 이른바 닷컴 붐(Dotcom-Boom)이 절정에 이른 때였다.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 가능케하는 고객과 기업의 평등한 관계와 소통을 주장하며, 마틴 루터가 95개 테제로 당시 부패한 카톨릭에 저항했던 전통을 이어받아 클루트레인 선언은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를 위한 95개 테제를 담고 있다.

"하이퍼링크(hyperlink)가 위계질서(hierarchy)를 전복"시킨다는 클루트레인 선언의 기대와는 달리 데이터 집중, 경제력 집중 등은 오히려 인터넷 시대의 강력한 특징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를 등에 입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의 위력을 실감시켜주는 사례다. 낮은 시장진입 장벽, 만발하는 공유경제, 탈중심성을 담은 낙관주의자의 선언은 소통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image 디지털 전환은 불평등을 확대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 지는 속도보다 일자리가 파괴되는 속도가 빠른 점을 디지털 기술혁명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총량은 줄어들어도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이 새로운 일자리가 소득수준 기준으로 볼 때 양쪽 극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쪽에는 소수의 고임금 개발자와 천문학적 수준의 투자를 받은 창업자가, 다른 한 쪽에는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저가 노동자와 우버 운전 노동자가 서로 마주 서 있다. 한 쪽에는 애플의 디자이너가, 다른 한 쪽에는 폭스콘 노동자가 존재한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중산층이 증가해야 한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디지털 기술 기업 중 중산층 형성에 기여하는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참조: 구글 꺼져버려! 디지털 부르주아지에 대한 분노 (강정수)

image 디지털 기술은 대량생산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소비자에게 선사하는 유익은 작지 않다. 대표적인 긍정 효과는 손쉬운 가격비교가 가능케 하는 가격 투명성과 가격 하락 압력이다. 배달앱, 카카오택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사실상 모든 것에 대한 디지털 구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가격 투명성의 시장 영역은 함께 확장할 수 있다.

또 다른 소비자 유익이 있다. 시장에 공급되는 서비스 및 재화의 범위가 증가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여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대표적 예다. 2003년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가 책 시장에서 확인했던 이른바 롱테일(Longtail)의 대상이 다양한 서비스와 재화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가 가능케 하는 것은 소비와 공급의 새로운 조절 가능성만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생산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2차 산업혁명은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도입한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을 지칭한다. 헨리 포드는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색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색은 검은색이어야 합니다. You can have any colour as long as it's black."라는 재담으로 개인의 취향 및 소비요구가 존중받을 수 없는 대량생산 자본주의를 설명했다. 3D 프린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생산기술은 서로 다른 개인 취향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생산을 가능케할 수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의 주문제작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3D 프린터는 생산수량 제약으로 불가능했던 생산을 가능케 하며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의 지평을 확대할 것이다.

* 참조: 디지털 자본주의와 근심 (강정수)

image 디지털은 지하경제를 축소한다

전자상거래의 범위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에서도 스마트폰 대중화로 전통상거래가 빠르게 디지털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5년 아마존이 선보인 홈서비스와 2010년 이후 꾸준하게 성장하는 미국의 홈조이(HomeJoy)는 전자제품 수리에서부터 피아노 개인교습까지 인력 수요 및 공급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상거래 대부분이 디지털 영역으로 흡수될 때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다. 바로 국가다. 돈의 흐름이 보다 투명해지고 추적 가능하기 때문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다'라는 신조를 내건 조세당국은 빅데이터 시대를 감동으로 환영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더 이상 경제의 일부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경제의 모든 영역을, 나아가 높은 거래비용 때문에 시장으로 나오지 못했던 영역을 자신의 우산 아래 위치시키며, 경제를 움직이는 크고 작은 규칙을 변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