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과 불길한 노동의 미래

파업이 노동 자동화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도

강정수 · 932일전

2015년 독일, 파업이 이어지는 한 해

독일의 201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였다. 2.4%를 기록한 미국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2012년 0.4%, 2013년 0.1% 성장률과 비교해 본다면 독일 경제가 2014년 활력을 찾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다수 독일 기업의 이윤 규모도 증가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임금인상 목소리가 높아진다. 사용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노사갈등은 종종 파업으로 이어진다. 2015년 상반기 독일의 모습이 딱 그러하다.

2014년 3월 독일 루프트한자 조종사의 파업이 있었다. 독일 철도(Deutsche Bahn) 기관사의 파업이 5월 들어 독일 전역과 대도시 국철로 확산하고 있다. 아마존의 독일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약 25% 수준이다. 독일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에는 약 1만 여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노동이다.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는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4월까지 시간 간격을 두고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은행 현금수송 업체의 노동자는 한창 파업 중이다.

이러한 일렬의 파업이 정당하냐 또는 그렇지 못하냐는 개별 파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또한 개인의 세계관에 따라 파업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는 다르다. 어떤 이는 '국민의 발을 볼모 잡어선 안된다'며 항공과 철도 파업을 자나 깨나 반대하고, 어떤 이는 경제 성과에 대한 공평한 배분의 유력한 수단으로 파업을 바라본다.

파업이 자동화를 앞당긴다

독일에서 이어지고 있는 파업과 파업이 진행되는 산업분야를 보면서 파업이 던지는 새로운 사회과제를 생각한다. 201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칼 프로이(Carl Frey)와 마이클 오즈본(Michael Osborne)의 연구에 따르면 3,090만 미국 노동자 중 약 1,8000만 명이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와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5월초 발표된 독일 한 은행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일자리의 59%가 중장기적으로 로봇에 의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로봇이 더욱 빠른 속도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주장은 어느새 새롭지 않다. 그러나 최근 독일에서 파업이 진행되는 업종은, 다시말해 항공기 운전, 열차 운전, 물류창고 노동 그리고 현금 수송은 그 어떤 다른 업종보다 쉽게 자동화될 수 있는 영역이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신분당성 뿐 아니라 두바이, 코펜하겐, 런던, 로마, 파리, 뉘른베르크 등에 무인운전 시스템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하반기에 미국 물류센터에 약 15,000대의 키바(Kiva)라 불리는 로봇을 투입하여 인간 노동을 대체했다. 스웨덴 한 공항에서는 이미 비행기 착륙이 무선조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객 비행기 조종사가 사라지기까지는 작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화물 비행기와 전투기를 시작으로 무인 비행기의 영역은 빠르게 확장할 것이다. 지불수단의 혁신은 '현금'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것이며, 이는 현금자동인출기(ATM) 생산기업과 현금수송 서비스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image 아마존 키바는 물류창고 노동자를 대체한다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에서 일어나는 파업은 그 대체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
첫 째, 파업은 관련 기업 사용자의 동기유발과 동기촉진의 효과를 가진다. 사용자에게 공장 자동화의 초기 구매 비용은 대단히 높다. 그러나 네트워크 로봇의 운영 및 관리 비용은 인간 노동자보다 저렴하다. 그리고 파업 등 노사갈등에 따른 비용을 함께 고려한다면 사용자의 초기 구매 비용에 대한 저항감은 줄어들 수 있다.
둘 째, 항공, 철도 등 공공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파업은 기계에 의한 인간 일자리 대체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용자의 자동화 계획이 사회적 면죄부를 받는 꼴이다. 철도, 물류 등 공공성이 높은 영역에서 자동화가 진행된다면 관련 노동조합은 이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직할 수 있다. 여론을 등에 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자동화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나머지 산업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동화 거부감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일어나는 파업은 자동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동의로 이어질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 전체 산업에 걸친 자동화는 긍정적인 여론의 바람을 타고 빠르게 실현될 수 있다.

파업 효과는 사용자의 노동 종속성에 기반한다

파업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사용자 또는 생산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업 기간에 대체 노동력이 투입될 때 파업 성공 확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계에 의한 노동 대체는 바로 이러한 종속 관계를 파괴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체행동 권리가 힘을 잃은 사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렇게 (디지털) 기술 진화는 특정 산업 영역의 성장과 몰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및 사회 전체의 운영원리 재편을 요구한다. 인간 노동의 성격 변화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