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문화와 상거래 질서 변화

시어스, 월마트, 아마존: 상거래 왕좌를 둘러싼 싸움

강정수 · 185일전

접시닦이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표현에 담겨 있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은 미국 사회의 성장과 번영을 이끌었던 힘이었고 동시에 그 결과였다. 출신배경과 무관하게 행복 추구를 선언했던 독립선언문 이후, 아메리칸 드림이 대중화를 경험한 시기는 1950년대와 1960년대다. 이 시기는 이른바 자수성가(self-made man)보다는 일자리와 임금 소득에 의한 재산축적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2차대전 이후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이 경제 번영의 대열에 합류했다. 프랑스는 1945년에서 1975년까지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을 통과하며 경제 호황(boom)을 만끽했고, 2차대전 패전국 독일은 1950년대와 1960년대 경제 기적(Wirtschaftswunder)를 경험했다.

image 1946년부터 1964년까지 미국에 태어난 사람의 수는 7,640만 명에 이른다. 2016년 기준 이들의 규모는 미국 전체 인구의 40퍼센트에 이른다.
출처: Baby Boomers

이 때 자동차는 경제적 부와 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1년 포드 자동차를 비롯 미국 자동차 기업은 민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군용물자 생산을 위해서였다. 7년 이후 재개된 자동차 생산량과 수요는 2차 대전이후 세계에 대한 낙관과 실물 경제 성장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출산률도 함께 폭발했다.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른바 자동차 문화(Car Culture)를 만들었고, 마침내 구매 습관을 바꿔 월마트(Walmart)로 상징되는 할인점(Discount Store) 시대를 열었다.

자동차 문화와 월마트

1950년대 미국에서 만 16세는 인생 황금기 시작을 의미했다. 운전면허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젊은이 사이에서 목적지 없지 자동차 운전을 즐기는 크루즈(cruise) 문화가 피어났다. 집 또는 부모를 떠나 술에 진탕 취할 수 있었고 연인만의 사적 공간으로 기능했던 드라이브인(Drive-in) 극장은 미국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다. 1960년대 비치보이스(The Beach Boys)와 비틀즈( the Beatles)는 자동차와 함께 성장한 북미 및 서유럽의 젊은 서브컬쳐(Sub-Culture)를 대변했다.

image Drive-In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코드였다
출처: 1950’s Car Culture

자동차 문화의 탄생과 함께 쇼핑의 습관이 변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미국 상거래 시장의 강자는 시어스(Sears)였다. 당시 시어스는 제품 소개 책자와 우편옆서에 기반한 카탈로그 쇼핑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시어스는 자동차 문화의 생성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의 변화 가능성을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1962년 신생기업 월마트는 할인점(Discount Store)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심 거주지역은 자동차 대중화와 함께 도심을 벗어나 교외(suburb)로 확장하고 있었다. 할인점은 교외에 살고 있는 소비자를 공략하기위해 넓은 주차 공간을 제공했다. 또한 제품을 낱개 보다는 박스 단위로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자동차를 소유하고 드라이브의 매력에 빠져있던 미국 소비자를 유혹했월다. 이들 자동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월마타에 이어 울워스(Woolworth), K마트(Kmart), 타겟(Target) 등 다양한 할인점이 연이어 등장했다.

시어스의 정신승리와 월마트의 오판

1991년은 시어스의 매출이 처음으로 월마트에 추격 당한 해다. 시어스 대변인 제리 불닥(Jerry Buldak)은 같은 시기에 월마트가 시어스를 이길 수 없음을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시어스는 보험, 신용카드, 전국 AS망 등이 통합되고 전문성이 강한 상거래 사업자이며, 이는 월마트 등 할인점과 구별된다.

월마트는 제리 불닥의 정신승리를 비웃듯 매출에서 시어스를 추월한 이후 그 격차를 크게 벌려 나갔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월마트가 시어스를 앞선지 약 20년이 지난 2011년 월마트닷컴(walmart.com)의 대표 조엘 엔더슨(Joel Anderson)은, 아마존이 월마트를 이길 수 없는 3가지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첫 째, 월마트는 빠르다(fast).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대/매대가 온라인으로도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이른바 멀티채널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은 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고 주문할 수 있다.

둘 째, 월마트는 더욱 빠르다(faster). 온라인 고객이 주문을 할 경우 해당 고객의 인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송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월마트닷컴은 2일 배송(next-day delivery)이 가능하다.

셋 째, 월마트는 가장 빠르다(the fastest). 월마트는 4,0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 중 90퍼센트가 월마트 매장으로부터 최대 10마일(16.09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월마트의 빠름을 강화한다.

2014년 12월부터 시작된 아마존 프라임 나우(Prime Now) 서비스의 최대 배달 시간은 2시간이다. 아마존은 이러한 빠른 배송 시간을 예측 배송(Anticipactory Shipping), 키바 물류 시스템 등 기술력에 기초해서 구현했을 뿐 아니라, 대쉬 버튼, 아마존 에코/알렉사 등 웹사이트 또는 앱을 거치지 않고 구매를 가능케하고 있다. 월마트의 전통적인 강점에서 빠름을 구현하고 있다면 아마존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빠름과 편리함(convenience)를 고객에게 선사하고 있다.

자동차가 필요 없는 쇼핑의 편리함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고 반면 소득 수준이 낮을 수록 월마트 매장을 방문한다.

image 소득 수준과 구매 방식의 차이
출처: The Economist

image 소득 구간별 아마존 프라임 회원 분포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년간 회비를 내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의 대표 주자다. 프라임 회원의 경우 배송비가 무료다. 프라임 회원은 주문 횟수가 많을 수록 이익을 본다는 생각할 수 있다. 년간 회비를 매몰비용(sunk cost)를 간주하는 경우다. 아마존 프라임은 필요한 제품을 그 때 그 때 소량으로 주문하는 쇼핑 습관을 낳는다. 아마존 프라임이 지배하는 지역에서 주말이면 자동차 트렁크에 쇼핑한 물건을 한가득 싣는 것은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 자주 주문하는 프라임 회원은 가정의 창고를 아마존에 아웃소싱한 꼴이다. 소비자는 오후에 직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주문하고 집에 도착할 무렵 아마존 프라임 나우를 통해 해당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 알렉사가 제안하는 식단으로 토요일 늦은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자동차를 뽑내며 마트 주차장으로 달리는 일은 조금씩 조금씩 미국과 서유럽 지역에서 줄어들고 있다.

전후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경제 붐은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탄생시켰고 이 흐름을 반영한 상거래 질서 변화를 가져왔다. 디지털 경제가 경제의 기본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는 현재, 아마존은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며 월마트 뿐 아니라 전통 소매업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